
📚 돈보다 책을 선택한 사람, 교보문고 이야기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나 광복을 위해 힘썼던 한 청년 사업가가 있었습니다.
그가 선택한 길은 돈이 아니라 교육이었어요.
“배움의 힘으로 나라를 일으켜야 한다.”
이 믿음으로 그는 모두가 말리던 사업을 시작합니다. 바로,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 한복판 광화문에 서점을 세운 거예요.
매년 적자를 보면서도 묵묵히 문을 열었던 공간, 바로 교보문고입니다.
그 안에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신념이 담겨 있죠.
🌿 광화문 글판, 기억하시나요?
계절마다 다른 문장으로 시민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광화문 글판.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많은 문구들 중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건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서 가져온 글귀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015년 설문 조사에서 1위로 꼽혔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8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힘든 시간을 보내던 한 시민은 버스에서 이 글귀를 보고 가족을 떠올리며 크게 울었다고 해요. 그리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죠.
광화문 글판은 1991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처음엔 경제 성장 메시지가 많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시민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 방향을 바꿨습니다. 창립자의 따뜻한 철학 덕분이었죠.
📖 교보문고의 운영 지침
교보문고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죠.
운영 지침도 독특했는데요,
- 초등학생에게도 존댓말을 쓸 것
- 오래 서서 책을 읽어도 그냥 둘 것
- 책을 빼보기만 하고 사지 않아도 눈치 주지 말 것
- 책을 베껴도 그냥 둘 것
- 책을 훔쳐가더라도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도서관에서도 보기 힘든 이런 원칙, 놀랍지 않으세요? 그래서 교보문고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 누구나 편히 머무는 공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 그러나 찾아온 현실
하지만 책을 찾는 발길은 점점 줄어들었어요.
교보문고는 2022년 139억 원, 2023년엔 무려 36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단순한 손익 문제가 아니라, 서점 사업 자체가 구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대가 된 거예요.
그렇다고 교보문고가 문을 닫을 걱정은 없어 보입니다.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 때문이죠. 바로 모기업 교보생명입니다.
교보생명은 매년 수백억 원을 교보문고에 지원했고, 그 배경엔 창립자의 철학이 있었습니다.
“돈은 보험으로 벌고, 서점을 통해 사회에 환원한다.”
신용호 회장은 이런 원칙을 남기며, 적자가 나더라도 끝까지 교보문고를 지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 신용호, 한 사람의 이야기
교보생명과 교보문고의 시작은 모두 고 신용호 회장에게서 나옵니다.
1917년 전남 영암,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병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지만 ‘열흘에 책 한 권’을 목표로 독학을 이어갔습니다.
20살엔 중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하며 독립운동 자금까지 지원했죠.
광복 후 귀국해 여러 사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믿은 건 “조국 재건의 기초는 교육”이라는 원칙이었거든요.
1958년, 세계 최초의 교육보험을 내놓으며 교보생명을 세우고, 결국 1981년 광화문에 국내 최대 규모의 교보문고를 열었습니다.
당시에도 반대가 많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죠.
“서울 한복판 땅에 서점을 열어 시민과 청소년이 자유롭게 이용하게 한다면, 그 효과는 돈으로 따질 수 없습니다.”
📚 그 후의 이야기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교보문고는 국민의 서재이자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연간 방문객 5천만 명, 회원 수 1,800만 명. 숫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가치가 쌓여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교보문고는 새로운 기로에 서 있습니다.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법에 따라 교보문고 지분을 정리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창립자가 남긴 “끝까지 지켜라”는 약속은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형태는 달라지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이어갈 방법은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 오늘의 머니 스토리 한 줄 정리:
교보문고는 단순한 서점이 아닙니다.
돈보다 책을, 이익보다 배움을 선택한 한 사람의 철학이 40년 넘게 이어져 온 공간이죠.
서울 한복판에 세워진 그 약속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