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대 강자도 영원한 승자는 아니다”
기업의 생존 앞에서 ‘거절’은 쉽지 않은 선택이에요. 그것도 무려 8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2천억 원에 달하는 인수 제안이라면 더 그렇죠. 대부분의 스타트업이라면 흔쾌히 받아들였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의 AI 반도체 스타트업 FuriosaAI는 달랐어요. 메타가 내민 거대한 손길을 뿌리치고, 스스로의 길을 가기로 한 거죠. 단순한 고집이 아니에요. 이 선택은 기술과 시장, 그리고 기업가 정신에 대한 철학적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 독점 구조에 균열을 내겠다”
창업자 백준호 대표는 삼성전자와 AMD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시절부터 AI 칩 시장의 불균형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금의 AI 반도체 산업은 사실상 엔비디아의 독무대예요. 하지만 그는 그 구조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어요. 엔비디아 GPU는 강력했지만, 전력 소모와 비용은 확산의 가장 큰 장벽이었거든요.
AMD에서 인텔과의 치열한 경쟁을 경험했던 그는 “절대 강자도 영원한 승자는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 확신이 FuriosaAI의 출발점이 되었죠. 회사 이름을 영화 매드맥스의 반란군 전사에서 따온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기득권에 맞서는 캐릭터처럼, FuriosaAI 역시 엔비디아에 도전하고 싶었던 겁니다.
첫 칩 Warboy, 그리고 Renegade
FuriosaAI의 첫 칩 Warboy는 글로벌 AI 벤치마크에서 일부 지표에서 엔비디아와 인텔을 앞서며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개발된 차세대 칩 이름은 더욱 도발적이에요. RNGD(Renegade, 레니게이드) – 배신자이자 반역자를 뜻하죠.
RNGD는 TSMC 5나노 공정 기반으로, HBM3 메모리를 탑재했습니다. 성능은 엔비디아 H100과 비슷하면서도 전력 소비는 4분의 1, 가격은 절반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단순히 ‘저렴하고 효율적이다’라는 차원을 넘어, AI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겁니다. 실제로 LG AI 연구소와 사우디 아람코가 RNGD를 시험 도입했고, 2025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로 잡혀 있어요.
벼랑 끝에서 날아든 제안
그러나 기술만으로 회사가 굴러가진 않죠. FuriosaAI도 자금난을 겪었습니다. 투자 유치가 연이어 실패하면서 매각까지 고려해야 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바로 그때 메타가 나타났습니다. 인수가격은 8억 달러, 스타트업 입장에선 ‘성공적 엑싯’의 전형 같은 조건이었죠.
하지만 백 대표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조건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인수 후 회사의 독립성과 철학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 거예요. “우리 손으로 직접 가치를 증명하겠다.” 이 말에 FuriosaAI의 결단이 담겨 있었습니다. 거절은 곧 모험이자 배수진이었죠.
그리고 찾아온 반전
놀랍게도, 거절 이후 찾아온 건 파멸이 아니라 기회였어요. 메타 제안을 거절한 지 불과 120일 만에 FuriosaAI는 1,7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1조 원 유니콘 기업이 되었습니다. 단기 자금난은 해소됐고, 오히려 “독립적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회사”라는 신뢰가 시장에 형성됐습니다.
현재 FuriosaAI는 시리즈 C 투자 라운드를 통해 약 70억 원(5천만 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 유치를 진행하고 있고, 글로벌 파트너십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요. LG와의 협력, 중동 자금의 시험 운영은 이들의 기술이 단순한 실험실 결과물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기술보다 철학”
스타트업 세계에서 인수합병은 흔한 출구 전략이에요. 창업자가 피와 땀을 흘린 회사를 거대 기업이 인수하면, 보통은 ‘성공’으로 평가받죠. 하지만 그 뒤에 남는 질문도 있습니다. 그 기업이 처음 가졌던 비전과 철학은 어디로 갔을까.
FuriosaAI의 선택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들은 눈앞의 보상보다 자신들의 비전과 철학을 더 크게 봤습니다. 엔비디아 독점 구조에 균열을 내고, AI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 바로 이 철학이야말로 FuriosaAI를 유니콘으로 만든 진짜 자산이었어요.
남은 과제와 우리의 시선
물론 앞으로의 길이 순탄하진 않을 겁니다.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여전히 막강하고, 반도체 산업은 자본과 생태계가 결합된 영역이거든요. FuriosaAI가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넘기 힘든 벽에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도전 자체로 의미를 증명했다”는 사실이에요.
1조 2천억의 제안을 거절한 결정은 단순히 한 스타트업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기술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길을 선택할지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머트인들에게 전하는 메세지
우리는 종종 눈앞의 이익과 장기적인 비전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FuriosaAI의 사례는 그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죠. 동시에, 누군가는 더 큰 미래를 위해 지금의 안락함을 거절한다는 사실도 말해줍니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일까?”
FuriosaAI가 던진 질문은, 기술 기업을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유효한 물음이에요.